오늘은 설계 중인 초등학교 배치계획을 했다.
그 대지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 신도시가 **신도시(서측)**와 구도심(동측) 사이를
마치 칼로 가르듯 배치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실제로는 새로운 주거지가 생기며 도시가 확장되는 과정이겠지만,
형태적으로는 도시를 나누는 벽처럼 느껴졌다.
이 감정은 대지의 배치 구상에도 자연스레 영향을 주었다.
나는 도시의 ‘경계’ 같은 느낌을 염두에 두고
학교의 배치 방향을 고민했다.
그런데 피드백 시간에 이런 지적을 받았다.
“건축적으로는 도시의 변화 과정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겠나?
감정으로 배치를 끌어가는 건 논리적이지 않다.”
💭 그 순간, 마음속 질문이 생겼다
나는 도시를 마주한 감정을 바탕으로 배치 구상을 시작했는데,
그건 잘못된 접근일까?
‘감정’과 ‘논리’는 꼭 대립되어야만 하는 걸까?
직관으로 시작된 배치가
설계의 과정 속에서 논리로 변환될 수는 없는 걸까?
도시를 읽는다는 것, 그리고 감정을 밀어넣는다는 것
피드백은 정확했다.
"도시적으로는 변화의 흐름으로 해석해야 한다."
"감정으로 배치를 끌어가는 건 설득력이 없다."
맞는 말이다.
배치에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
그걸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니까.
나도 머리로는 안다. ‘논리적 스토리텔링’이 더 타당하다는 걸.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배치에 정답이 있는 걸까?
도시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팩트만 기반으로 감정이 결여된다면,
학교든 병원이든, 미술관이든, 그냥 비슷한 크기의 건물이면
똑같은 배치가 나오는 건 아닐까?
그렇게까지 될 수 있다면,
이건 더 이상 ‘학교’라는 존재의 맥락을 설계하는 게 아니라
단순한 평면 퍼즐을 맞추는 일이 되는 건 아닐까?
그 사이에서 조금 긴가민가해졌다.
논리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으로부터 배치를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은 남아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과정에서 잠시 멈춰 생각했다
논리적인 접근이 옳다는 건 인정했다.
도시를 해석하는 일, 건축을 배치하는 일에는
설득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을 따라가던 중
내 안에서 스친 생각들이 있었다.
"만약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다면,
학교든 병원이든 같은 크기의 건물은
같은 배치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이 대지 위에서 내가 처음 느꼈던 그 ‘경계’의 감각은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워져도 되는 걸까?"
그 물음들은 길게 남지는 않았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게 했다.
나는 지금 논리의 세계를 향해 걷고 있지만,
그 길 한편에는 늘 감정의 지류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 둘을 병렬로 놓고,
때로는 섞이고, 때로는 부딪히게 하면서
계획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나에게 맞는 ‘설계자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